돌 무렵 수면 패턴이 흔들리는 이유
많은 부모들이 생후 12개월 전후가 되면 “갑자기 밤에 자주 깨요”, “낮잠 시간이 줄었어요”라고 호소한다. 이를 ‘수면 퇴행기(Sleep Regression)’라고 부르며, 이미 안정적이던 잠 패턴이 갑작스럽게 무너지는 시기를 뜻한다. 이 현상은 아기의 신경 발달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돌 무렵 아이의 뇌는 걷기, 말하기, 분리 인식 등 여러 영역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한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느라 뇌가 흥분 상태에 머물면서 수면 리듬이 잠시 불안정해지는 것이다. 또한 낮 동안의 자극이 늘어나면서 피로 누적과 과각성이 동시에 나타나, 밤중에 자주 깨거나 쉽게 재우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신체·정서 발달과 수면의 상관관계
이 시기의 아이는 낮에는 활발히 움직이며 세상을 탐색하고, 밤에는 그 정보를 기억으로 정리한다. 즉,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학습의 연장이다. 따라서 성장의 도약기에는 뇌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깊은 잠에 진입하기 어렵다. 여기에 분리불안이 겹치면 부모가 자리를 비우는 순간 울음을 터뜨리거나, 잠결에 깨어 부모를 찾는 행동이 잦아진다. 수면 후반부(새벽 3~5시)는 렘수면 비중이 커져 꿈이 생생해지기 때문에 더 자주 깨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변화는 대부분 일시적이며, 신경망이 재조정되는 과정이므로 훈육이나 수면 훈련으로 억제하기보다 안정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면 퇴행기 극복을 위한 실질적 대응법
첫째, 낮 활동량 조절이 핵심이다. 과한 자극은 피로 누적을 일으키지만, 활동이 부족하면 밤에 잠이 깊어지지 않는다. 낮 동안 햇빛을 충분히 쬐고, 신체 놀이 후에는 조용한 독서나 노래로 전환하는 리듬을 만들어준다. 둘째, 취침 루틴을 단순화해야 한다. 목욕–책 읽기–불 끄기처럼 반복 가능한 세 단계를 매일 같은 순서로 유지하면, 아이의 뇌가 ‘이제 잘 시간’이라는 신호를 학습한다. 셋째, 밤중 깨움 시 반응의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날마다 다른 방식으로 달래면 아이는 더 혼란스러워진다. 가능한 한 조용히 다독이거나, 손을 잡아주며 최소한의 상호작용으로 안정을 주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낮잠을 완전히 없애기보다는 짧게 유지해 저녁 피로를 완화시키는 전략도 도움이 된다.
성장의 피로를 품은 밤
수면 퇴행은 아기의 발달이 멈춘 신호가 아니라, 새로운 성장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익숙하던 리듬이 잠시 흔들릴 뿐, 뇌와 몸은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부모가 불안을 줄이고 일관된 루틴을 유지한다면, 아이는 점차 스스로 수면 리듬을 회복한다. 결국 밤마다 깨는 일은 퇴보가 아닌 전진의 징후이며, 성장이 잠시 멈춘 듯 보이는 그 시점이야말로 변화의 문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