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엉뚱한 대답’이 창의성 발달을 보여주는 순간

엉뚱한 말 속에 숨은 사고의 방향

어린아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어른이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 돌아올 때가 많다. “비가 왜 올까?”라는 질문에 “구름이 울어서”라고 말하거나, “왜 신발을 거꾸로 신었어?”라는 물음에 “발이 심심해서”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이런 반응은 흔히 ‘엉뚱하다’ 혹은 ‘논리적이지 않다’라고 평가되지만,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창의적 사고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아이는 아직 사회적으로 규정된 사고 틀에 익숙하지 않다. 따라서 정답을 맞히려는 대신, 자신이 느낀 이미지를 언어로 즉흥적으로 표현하며 새로운 연관성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자유로운 사고 전개는 뇌의 연합영역이 활발히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이며, 바로 창의성 발달의 초기 징후다.

아이의 ‘엉뚱한 대답’이 창의성 발달을 보여주는 순간

비논리적 사고가 주는 의미

어른의 시선에서는 ‘틀린 말’로 보일 수 있지만, 엉뚱한 대답은 사실 아이가 세상을 해석하는 고유한 방식이다. 유아의 뇌는 구체적 경험과 상징적 사고 사이를 오가며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달이 나를 따라온다”고 말할 때, 그것은 사실관계의 오류가 아니라 ‘관계의 지속성’이라는 개념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런 언어적 시도는 논리적 언어 이전의 사고를 드러내며, 인지적 확장의 전조로 볼 수 있다. 아이가 말의 의미를 실험하고, 현실과 상상을 자유롭게 넘나들 때 두뇌는 비유적 사고·은유적 사고·연상적 사고를 동시에 훈련한다. 이는 훗날 문제 해결력, 유연한 사고력, 독창적 표현력의 밑바탕이 된다.

창의적 표현을 키우는 환경

엉뚱한 말을 자주 하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수정이나 교정보다는 존중과 확장이다. 부모가 “그건 틀렸어”라고 지적하면 아이는 스스로의 상상력에 검열을 가하기 시작한다. 반대로 “정말 구름이 울어서 비가 온다고 생각했구나. 구름이 왜 울었을까?”처럼 대화를 이어가면,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더 구체화하려는 동기를 얻는다. 교사 역시 수업 중 비논리적인 대답을 들었을 때, 정답 유도보다는 그 아이의 사고 과정을 탐색하는 질문으로 반응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뭐야?”라고 묻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두뇌는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며 논리적 구조를 만들어간다. 즉, 엉뚱한 대답을 ‘오답’으로 처리하기보다 창의적 사고의 연습 과정으로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상상력은 생각의 근육이다

아이의 엉뚱한 말은 미숙함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을 탐색하는 뇌의 실험이다. 틀림과 다름의 경계가 없는 시기에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창의성의 씨앗을 지키는 방법이다. 부모와 교사가 이 ‘엉뚱함’을 따뜻하게 받아들인다면, 아이는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는 힘을 잃지 않고 자라날 것이다. 결국 엉뚱한 대답이 나오는 그 순간이야말로, 상상력이라는 생각의 근육이 자라나는 찰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