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폭발의 시작
아이들이 두세 살 무렵부터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기 시작하는 것은 단순히 말하기가 재미있어서가 아니다. 이 시기는 언어 능력이 급격히 확장되는 시기와 맞물리며, 동시에 세상에 대한 탐구 욕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이는 자신이 관찰한 현상이나 경험이 낯설고 미지의 영역일 때 이를 이해하고자 질문을 통해 정보를 끌어낸다. “왜?”라는 질문은 결국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넓히고 지식을 채워 넣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장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따라서 이 반복적 질문은 아이의 언어적 성장뿐만 아니라 사고의 틀이 확장되고 있다는 중요한 신호로 볼 수 있다.
언어 발달을 뛰어넘는 인지적 도약
“왜?”라는 질문의 본질은 단순한 단어 구사 능력에 있지 않다. 그것은 인과관계에 대한 이해, 즉 ‘현상과 결과를 연결하려는 인지적 시도’다. 예를 들어, 아이가 “왜 비가 와?”라고 묻는 것은 단순히 날씨 현상에 대한 궁금증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원인과 눈앞의 결과를 연결하려는 추론 능력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러한 질문은 언어 발달 단계를 넘어 논리적 사고, 원인·결과 개념의 형성, 심지어는 과학적 탐구 태도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왜?”라는 질문은 단어를 아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아이의 두뇌가 복잡한 사고 과정을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장기적으로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적 사고로 발전할 토대를 마련한다.
부모와 교사의 역할: 질문을 기회로 바꾸기
하지만 아이들의 끝없는 “왜?”는 어른에게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때로는 대답할 시간이 부족하거나, 질문이 엉뚱해 보여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때 중요한 것은 질문을 끊지 않게 해주는 태도다. 모든 질문에 완벽한 답을 줄 필요는 없다. “이건 엄마도 잘 모르겠네, 같이 찾아볼까?”와 같은 반응만으로도 아이는 자신의 호기심이 존중받고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를 기르는 데 큰 힘이 된다. 반대로 “그만 물어봐”라는 반응은 호기심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 결국 부모와 교사는 아이가 던지는 “왜?”를 지식 전달의 기회이자 정서적 교류의 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은 질문이 키우는 큰 사고력
아이들이 “왜?”를 반복하는 시기는 단순한 언어적 장난이 아니라, 사고력과 탐구심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전환점이다. 이 질문은 세상을 이해하려는 본능적 시도이자, 인지 발달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신호다. 부모와 교사가 이를 존중하며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면, 아이는 스스로 배우고 탐구하는 힘을 길러 장차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결국 “왜?”라는 작은 질문이 미래의 큰 사고력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