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이 가장 위험한 놀이터가 되는 이유
여름철뿐 아니라 사계절 내내 아이들이 욕조나 세면대, 물이 담긴 대야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탐색 행동이다. 그러나 집 안 욕실은 생각보다 가장 위험한 공간 중 하나다. 단 5cm 깊이의 물에서도 영유아는 중심을 잃으면 스스로 일어나기 어렵고, 몇 초 만에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미끄러운 바닥, 전기 제품, 세제 용기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함께 존재한다. 부모가 “집 안이니까 괜찮겠지”라는 방심을 하는 순간이 가장 취약한 때다. 따라서 실내 물놀이를 계획한다면, 안전을 ‘놀이 준비의 일부’로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즐거움과 안전은 별개의 일이 아니라, 동시에 설계되어야 하는 요소다.

욕조 환경 점검과 물 깊이 기준
아이가 욕조에서 놀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물의 양과 온도, 미끄럼 방지 세 가지다. 물 깊이는 아이의 배꼽 높이를 넘지 않게 유지하고, 놀이 도중에도 물을 계속 채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아기 목욕의 경우, 수온은 37~38도를 유지해야 하며, 미리 팔 안쪽으로 온도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욕조 바닥에는 논슬립 매트를 깔아 미끄러짐을 방지하고, 벽면 모서리에는 실리콘 가드를 붙여 충돌 위험을 줄인다. 또한 수도꼭지에는 온도 조절용 커버를 씌워 갑작스러운 화상을 예방할 수 있다. 사용 후에는 물을 즉시 비우고, 아이가 혼자 욕실에 들어가지 않도록 문을 잠가두는 것도 필수적이다.
물놀이를 놀이이자 학습으로 바꾸는 안전 습관
실내 물놀이는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감각 발달과 위험 인식 교육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물이 많을 때는 엄마랑만 들어간다”, “미끄러운 곳에서는 천천히 움직인다” 같은 간단한 규칙을 노래나 율동으로 익히게 하면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된다. 물을 따라 컵에 붓고, 색깔 스펀지를 눌러보는 등의 소근육 놀이를 통해 아이의 집중력과 조절 능력도 함께 발달한다. 놀이 중에는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고 시선을 유지해야 하며, 혹시라도 부모가 자리를 비워야 할 때는 반드시 아이를 물 밖으로 먼저 이동시켜야 한다. ‘잠깐이면 괜찮겠지’라는 순간 방심이 사고를 만든다.
물의 즐거움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
욕조 놀이는 아이에게 즐거운 감각 경험이지만, 그 즐거움은 안전 위에서만 지속된다. 환경 점검, 물의 양, 보호자의 시선 — 이 세 가지 원칙만 지켜도 대부분의 사고는 예방 가능하다. 완벽한 안전 장치보다 중요한 건 부모의 일관된 주의와 즉각적인 대응 습관이다. 물의 위험을 과도하게 두려워하기보다, 그 특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아이에게 진짜 ‘물놀이의 즐거움’을 가르쳐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