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에 집착하는 행동의 첫인상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옷, 장난감, 식기 등에서 특정 색상만 찾으려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한다. 분홍색 신발만 신으려 하거나, 파란 블록만 집어드는 태도는 단순한 취향일 수도 있지만, 발달심리학적·신경과학적 관점에서는 의미 있는 관찰 지점이다. 어린 시기는 감각적 경험이 뇌 발달의 핵심 자극으로 작용하는 단계다. 따라서 색채에 대한 고집은 시각적 입력을 통해 세상을 구조화하고자 하는 뇌의 학습 과정일 수 있다. 즉, 특정 색상에 집착하는 것은 아이가 자신의 환경을 이해하고 통제하려는 방식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뇌의 선호 체계와 감각 처리 방식
인간의 뇌는 다양한 감각 자극 중에서도 반복적으로 즐거움을 주거나 안정감을 주는 신호를 ‘선호’로 저장한다. 아이가 특정 색에 강하게 끌리는 이유는 그 색상이 뇌의 보상 회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밝은 노란색은 에너지와 활력을 상징하며, 뇌의 도파민 분비와 연관될 수 있다. 반면 파란색은 안정과 차분함을 자극해 긴장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어린이는 이러한 신경 반응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지만, 반복적 선택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뇌가 선호하는 자극을 드러낸다. 즉, 색깔 집착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신경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감각-정서 연결의 표지라 할 수 있다.
발달 단계와 정서 조절의 관계
특정 색상 고집은 때로는 정서적 자기조절 전략과도 연결된다. 아이가 불안하거나 낯선 상황에 놓였을 때, 익숙한 색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 할 수 있다. 이는 성인이 행운의 물건을 지니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예컨대, 늘 파란 컵으로만 물을 마시려는 행동은 단순 고집이 아니라, 아이가 안전감을 확보하는 방식일 수 있다. 이러한 선호는 대개 시간이 지나며 점차 유연해지지만, 만약 색상 집착이 일상생활에 큰 제약을 주거나 불안 반응과 과도하게 연결된다면 발달적 특성보다는 기질적 민감성 혹은 신경학적 요인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부모와 교사는 색 선택에 담긴 정서적 의미를 살펴보고, 억지로 바꾸려 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다양한 색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색의 고집이 드러내는 마음의 구조
아이의 색깔 집착은 단순히 고집스러운 취향이 아니라, 뇌가 안정과 즐거움을 탐색하는 선호 체계를 보여주는 신호다. 특정 색을 반복적으로 선택하는 경험을 존중하면서도, 점차 새로운 색채와 환경을 접하게 돕는다면 아이는 감각적 즐거움과 정서적 유연성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 결국 색을 향한 고집은 발달 과정 속에서 마음의 구조가 형성되는 자연스러운 발판이며, 부모와 교사가 이를 세심히 관찰한다면 아이의 내적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창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