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서리에 끌리는 행동의 숨은 이유
아이가 침대 모서리나 소파 끝, 탁자 구석에 몸을 기대거나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행동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유아기의 뇌는 공간과 형태를 통해 안정감을 찾는 감각적 시스템을 훈련하는 중이다. 모서리는 평면보다 경계가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시각적으로 ‘안전한 기준점’처럼 느껴진다. 이런 행동은 낯선 환경에서 공간을 인식하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즉, 모서리에 가까이 있으려는 것은 불안이 아닌 안정감을 확보하기 위한 감각적 본능이다.

균형감각(전정기관) 발달과의 연결고리
침대 모서리에 올라가거나 몸을 비비며 균형을 잡는 행동은 전정감각 발달과도 밀접하다. 전정기관은 귀 속에 있는 평형 감각 기관으로, 몸의 움직임과 자세를 조정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아이는 좁은 모서리 위에서 중심을 유지하려 하면서 자신의 몸이 기울어지는 방향과 중력의 변화를 직접 느낀다. 이런 감각적 실험을 통해 뇌는 “균형을 잡는 방법”을 학습한다. 따라서 이 행동은 위험해 보이더라도 발달 과정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시도다. 단, 모서리 주변에서 놀 때는 낙상 방지를 위한 안전 쿠션이나 낮은 높이의 가구를 활용해야 한다. 아이의 감각 욕구를 막는 대신, 안전하게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간감각과 자율 탐색의 확장
모서리는 아이에게 단순한 가구의 일부가 아니라, 공간의 구조를 탐색하는 학습 도구다. 아기가 한쪽 구석에 서서 주변을 관찰하거나 벽면에 손을 대고 움직이는 것은 자신의 신체와 공간 사이의 거리감을 계산하는 과정이다. 이런 움직임은 나중에 걷기·달리기·계단 오르기 같은 대근육 활동의 기반이 된다. 특히 생후 18개월 이후의 아이가 모서리에 기대거나, 벽을 따라 걷는 행동을 보이면 공간 탐색 능력이 빠르게 확장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부모는 “위험하니까 내려와”보다는 “이쪽은 안전한 모서리야”처럼 구체적인 언어로 경계를 알려주면 좋다. 이렇게 하면 아이는 공간의 ‘안전선’을 인식하면서도 탐색 본능을 유지할 수 있다.
안전 속 탐색이 만든 균형감각
아이의 ‘모서리 사랑’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몸과 공간, 균형을 조절하는 감각의 훈련이다. 다만 이 시기를 지나치게 제지하거나 위험하다고만 여길 경우, 아이는 스스로 움직이며 배우는 기회를 잃게 된다. 가구 모서리에 부드러운 보호대를 붙이거나, 쿠션 구조물을 활용해 탐색 놀이로 전환해보자. 아이가 몸을 통해 세상을 익히는 과정은 결국 균형감각과 공간 인식이 함께 자라는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