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서리에 끌리는 행동의 발달적 의미
돌 무렵부터 두 살 전후의 아이들은 시각과 촉각에 대한 탐색 욕구가 급격히 강해진다. 이 시기 아동은 주변 공간의 구조를 인식하면서 사물의 경계, 즉 ‘끝’이나 ‘모서리’에 유난히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손가락으로 모서리를 만지거나, 그 위에 장난감을 올려놓고 떨어뜨리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공간 감각과 균형 인식이 발달하고 있다는 신호다. 아이의 두뇌는 이 과정을 통해 “공간 속 나의 위치”를 학습하며, 사물의 형태와 재질에 대한 정보를 축적한다. 따라서 모서리에 대한 집착적 탐색은 대부분 정상적인 발달 과정의 일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호기심이 물리적 위험과 맞닿아 있을 때다.

위험한 탐색이 반복될 때 생기는 문제
가구의 모서리는 아이의 키 높이와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부딪히거나 넘어질 경우 부상 위험이 크다. 특히 테이블, 서랍장, TV 거치대 등의 단단한 모서리는 이마·광대·턱 등 얼굴 부위에 상처를 남기기 쉽다. 아이가 반복적으로 특정 가구의 모서리를 만지거나 부딪히려는 행동을 보인다면, 단순한 호기심 외에도 ‘자극 추구형 행동’이나 ‘감각 탐색 욕구의 과잉 표현’일 가능성도 있다. 일부 아이들은 날카로운 부분에서 느껴지는 차가움, 질감, 경계감이 주는 감각 자극에 매료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물리적 통제만으로는 행동이 사라지지 않는다. 안전 확보와 감각 대체 자극 제공을 동시에 고려해야 아이의 욕구와 안전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
안전하게 호기심을 해소시키는 환경 세팅
우선 모든 날카로운 가구 모서리에는 충격 완화용 코너 가드나 실리콘 보호대를 부착해야 한다. 색상은 밝고 부드러운 톤을 선택하면 시각적 부담이 줄고, 아이의 관심이 덜 쏠린다. 다음으로, 모서리 주변에 아이가 만질 수 있는 감각 대체물을 두는 것도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다양한 질감의 패브릭 공, 말랑한 실리콘 장난감, 표면이 울퉁불퉁한 촉감 블록 등을 가까이 두면 아이는 그쪽으로 탐색 욕구를 옮길 수 있다. 또, “이건 위험해서 여긴 만지면 아야야야~”처럼 간결한 언어로 경계를 알려주는 것도 필요하다. 긴 설명보다 일관된 표현을 반복하는 것이 학습 효과가 높다. 부모가 놀라거나 과하게 반응하면 오히려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므로, 침착한 톤으로 반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전을 지키며 호기심을 존중하는 균형
아이가 가구 모서리에 끌리는 행동은 탐색 본능의 표현이지 문제 행동이 아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아이의 호기심을 억누르기보다 안전한 방식으로 전환시켜 주는 접근이 필요하다. 환경을 미리 정돈하고, 감각을 대체할 수 있는 자극을 제공하며, 차분한 언어로 경계를 알려주는 일상적 대응만으로도 부상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 결국 안전이란 호기심을 막는 것이 아니라, 탐색이 자유롭되 다치지 않게 돕는 배려의 기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