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만든 ‘상상의 친구’, 정서 발달의 자연스러운 징검다리

아이가 만든 ‘상상의 친구’, 정서 발달의 자연스러운 징검다리

상상의 친구가 나타나는 시기와 배경

많은 아이들이 네 살에서 여섯 살 무렵,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의 친구’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허구의 존재와 대화하거나 함께 노는 모습을 보고 놀라거나 걱정할 수 있다. 그러나 발달 심리학적으로 이는 비정상이 아니라 비교적 흔한 발달 현상이다. 아이는 언어와 사고가 빠르게 확장되는 시기에 자신만의 내적 세계를 만들어내며, 이 과정에서 상상의 친구는 외로움, 불안, 호기심을 조절하는 장치가 된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유아기 아동의 약 30~40%가 상상의 친구를 경험한다고 보고된다.

정서 발달에서의 긍정적 역할

상상의 친구는 아이의 정서적 성장에 여러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첫째, 아이는 상상의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언어 표현력을 기른다. 실제 사람이 아닌 존재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문장을 조합하고 감정을 설명하는 연습을 자연스럽게 반복하게 된다. 둘째, 상상의 친구는 아이가 두려움이나 슬픔을 안전하게 투사할 수 있는 통로다. 예를 들어 “내 친구가 무서워해”라는 표현은 사실 아이 자신의 불안을 대신 전달하는 방식일 수 있다. 셋째, 상상의 친구는 아이에게 위로와 동반자 의식을 제공한다. 혼자 있을 때도 외롭지 않게 느끼게 하며, 자율성과 독립심을 키우는 심리적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부모와 교사가 지켜야 할 균형

상상의 친구를 가진 아이를 대할 때 중요한 것은 존중과 균형이다. 부모가 “그런 건 없어”라며 무시하면 아이는 자신의 내적 세계가 부정당했다고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상상의 친구에 지나치게 몰입해 현실의 관계를 회피한다면 사회성 발달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부모와 교사는 아이가 상상의 친구를 활용해 감정을 표현하도록 격려하면서도, 실제 친구 관계와 경험이 균형을 이루도록 도와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상상의 친구와 놀고 있을 때 “그 친구도 같이 놀아?”라고 가볍게 반응해주되, 또래 놀이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균형 잡힌 태도는 상상의 친구가 발달의 자원이 되도록 이끈다.

마음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과정

상상의 친구는 허구의 산물이 아니라 아이가 정서를 다루고 사회성을 확장하는 자연스러운 징검다리다. 이 경험을 통해 아이는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탐색하며, 현실 속 관계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 부모와 교사가 이를 따뜻하게 지켜본다면, 상상의 친구는 사라져야 할 환상이 아니라, 아이의 성장 여정에서 소중한 발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