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은 사회성 부족이 아니라 ‘자기 보호 본능’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낯선 사람을 보고 울거나 숨으면 ‘사회성이 부족한가?’ 걱정하지만, 사실 낯가림은 건강한 애착 발달의 한 단계다. 생후 8개월 이후부터 아기는 얼굴을 구별하고, 익숙함과 낯섦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인지 능력이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부 아이들은 이런 경계심이 특히 강하게 나타나며, 낯선 환경에서 긴장 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 ‘사회적 회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때 부모가 억지로 인사시키거나, “왜 이렇게 겁이 많아?” 같은 말을 하면 아이는 자신이 틀렸다고 느껴 불안을 학습한다. 중요한 건 낯가림을 고치는 게 아니라, 안전하다는 확신을 주는 방식으로 천천히 확장시키는 것이다.
사회성은 ‘노출’보다 ‘예측 가능성’에서 자란다
낯선 사람을 무서워하는 아이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불안이 크다. 따라서 낯선 만남을 연습할 때는 ‘누구를 만나게 될지’, ‘무엇을 할지’를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오늘 공원에서 엄마 친구 ○○이랑 잠깐 인사할 거야. ○○는 파란 모자를 쓰고 있을 거야”처럼 구체적인 설명을 제공하면, 아이의 뇌가 낯선 자극을 ‘예상 가능한 정보’로 변환한다. 또, 낯선 사람을 갑자기 안기게 하거나 손잡게 하는 것은 피하고, 멀리서 관찰하는 단계부터 시작해야 한다.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신이 통제권을 갖고 있다고 느끼며, 그 안정감이 호기심으로 이어진다.
일상 속 작은 ‘사회적 성공 경험’ 쌓기
사회성은 연습의 결과이지만, 그 연습은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 “괜찮았다”라고 느끼는 순간이 반복될수록 낯섦은 두려움에서 호기심으로 바뀐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옆 사람에게 미소 짓기, 다음에는 편의점 점원에게 “안녕!” 인사하기처럼 단계적으로 확장한다. 아이가 말을 하지 않아도 부모가 대신 “우리 ○○가 인사하고 싶었대요”라고 대신 말해주면, 아이는 ‘소통이 가능했다’는 경험을 간접적으로 얻는다. 집에서는 인형 놀이를 통해 “낯선 친구를 만난 토끼” 같은 역할극을 하며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해보는 것도 좋다. 이런 상상 놀이를 반복하면, 실제 상황에서도 예측 가능한 반응 패턴을 익혀 불안을 줄일 수 있다.

천천히 익숙해지는 속도를 존중하기
낯선 사람을 무서워하는 아이에게 필요한 건 용기가 아니라 시간과 안전감이다. 부모가 “괜찮아, 천천히 해도 돼”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주면, 아이는 스스로 세상을 탐색할 준비를 하게 된다. 사회성은 사람 많은 곳에 데려간다고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낯선 환경에서도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확신이 쌓일 때, 비로소 마음이 열린다. 결국 사회성은 외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를 쌓는 속도의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