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관계에서 자주 목격되는 장면 중 하나는 첫째가 동생의 장난감을 몰래 차지하거나,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행동이다. 부모는 이를 단순한 장난이나 이기심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발달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단순한 일탈 행동이 아니라 경쟁심과 자기 위치 탐색의 중요한 신호다. 특히 아동기 초기에는 가족 내에서의 역할과 관계를 탐색하는 과정이 활발히 진행되며, 장난감은 그 과정에서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따라서 이러한 행동을 무조건적으로 훈육하기보다는, 그 배경에 깔린 심리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원 경쟁의 본능적 표현
아이들이 동생의 장난감을 차지하려는 행동은 기본적으로 자원 경쟁의 본능적 표현이다. 진화심리학적으로 형제는 협력의 대상이자 경쟁의 대상이기도 하다. 장난감은 단순한 놀이 도구가 아니라,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상징하는 자원이 될 수 있다. 첫째는 동생의 물건을 차지함으로써 무의식적으로 부모의 애정을 확보하려는 심리를 드러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물건 소유 욕구가 아니라, 관계적 자원 확보라는 깊은 심리적 동기에서 비롯된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자아 정체성과 우월성 추구
동생의 장난감을 차지하는 행동은 또한 자기 정체성과 우월성 추구와 연결된다. 첫째는 동생보다 더 유능하고 강한 존재임을 확인하기 위해 동생의 소유물을 빼앗아보려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이기심이 아니라, 가족 내에서의 지위와 역할을 재확인하려는 시도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 과정의 일환이며, 첫째는 자신이 여전히 중요한 존재임을 증명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러한 행동은 자기 정체감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발달적 신호로 볼 수 있다.
정서적 불안과 부모 관심의 분배
동생의 장난감을 몰래 차지하는 행동은 때때로 정서적 불안의 표현이기도 하다. 동생이 태어나면서 부모의 관심이 분산되면, 첫째는 자신이 소외되었다는 불안을 경험한다. 이때 동생의 장난감을 차지하는 행동은 부모의 관심을 다시 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심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아이는 부모의 관심을 확보하기 위해 긍정적 행동뿐 아니라 도전적 행동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행동은 단순한 경쟁심이 아니라, 부모와의 정서적 유대 회복 욕구로 해석할 수도 있다.
부모의 대응과 건강한 경쟁심 발달
부모가 이러한 행동을 일방적으로 제지하면, 아이는 자신의 욕구가 무시되었다는 좌절감을 경험할 수 있다. 대신 부모는 아이가 경쟁심을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예를 들어, 장난감을 차지하는 행동을 비난하기보다는 “동생에게 네가 장난감을 빌려줄 수 있니?”라는 방식으로 협력적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첫째가 독립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경험(개별 놀이 시간, 성취 칭찬 등)을 제공하면, 장난감을 통한 경쟁심이 점차 건강한 자기 주도성으로 전환된다.
형제 관계 속 경쟁심 행동의 발달학적 시사점
동생의 장난감을 몰래 차지하는 행동은 단순한 고집이나 문제 행동이 아니라, 자원 경쟁, 자기 정체성 탐색, 정서적 불안 해소 등 다양한 심리적 동기를 반영한다. 부모가 이를 무조건적인 훈육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아이의 발달적 욕구를 이해하고 지원한다면, 경쟁심은 오히려 자기 주도성과 협력적 태도로 발전할 수 있다. 즉, 형제 간 갈등은 피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쟁심을 건강하게 사회적 기술로 전환하는 학습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